홍상수는 언제까지 여전한 홍상수일 것인가. 영화

 - '그 후'를 보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 보다 '그 후'가 더 좋았다.

덜 모호했고, 어느 정도는 뚜렷했기 때문이었다. 


 홍상수 영화에 대하여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아주 살짝 피로가 해소된 것 같았다. 그래도 여지없는 홍상수 스타일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항상 홍상수의 패턴을 보면

줌렌즈 끼고 측면 투샷 잡다가 줌인하면서 오른쪽이나 왼쪽 인물 측면 웨이스트나 바스트 단독 잡고, 한쪽 인물 잡다가 팬해서 다른 한쪽 인물 잡고서 다시 줌아웃하며 측면 투샷으로 빠져나온다. 줌인 줌아웃을 굉장히 좋아하고 롱테이크로 간다. 이 때 애드립성 대사가 많이 나오고, 대사 치는 호흡이 길어지고, 현학적이며 애매모호한 대사를 곱씹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런 연유들로 인해 날것의 느낌이 나고 그것이 장점으로 작용하는데, 다른 한편으론 늘어지고 지루해져 단점이 되기도 한다.

 단점이 되는 경우는 촬영이 단순깔끔을 넘어 단조롭기 때문인데, 촬영자가 바뀌어도 촬영은 똑같다. 박홍열 감독이 찍어도, 김형구 감독이 찍어도 홍상수 작품의 촬영 스타일은 바뀌지 않는다. 화면만 보면 한국 작가주의식 도그마 선언이 아닌가 아주 살짝 느껴지기도.

 

 홍상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인물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다. 흔한 클로즈업 한 번 없이. 난 이게 싫다. 더 나아가 얘기하자면 왜 마주하려들지 않는 건지 답답하다. 인물의 정면성 샷들이 없어지는 홍상수 영화에 대하여, 반쪽만 보여주고 계속 빙빙 돌려 얘기할 거면 차라리 오블리크라도 하길 바랐다. 그럼에도 '그 후'는 평소의 홍상수보다 솔직했지만.


 홍상수 감독은 굉장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어서인지 언제나 극중 중요인물에 자신의 페르소나를 진하게 투영한다. 그러면서 주장하고, 감추고, 설명하고, 숨고, 외면하면서 은근슬쩍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갔다. 거듭 이 감독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는 이야기에 굉장한 비중을 두는 사람이고, 어쩌면 이 사람은 영화라는 형식만 단촐하게 갖췄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이번 작품이 발전한 작품은 맞지만,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 페르소나를 더욱 견고하게 하며 실체를 만들어나갈 뿐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뜨리진 않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고, 어쩌면 매너리즘에 따른 패턴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어쨌거나

이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래도 홍상수 영화니까" 라는 의무감에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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